금 순도 확인,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순도를 나타내는 표기들과 측정값이 뜻하는 것. 금 순도 측정, 순도 표기, 999 순금 관련 내용도 함께 담았습니다. 금 순도·함량 측정 — K값과 합금 원소를 수치로.

금 순도 확인, 비파괴금분석기로 재면 무엇이 나오나

금 순도 확인을 눈으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 예전에는 시금석에 그어 색을 보거나 질산을 떨어뜨려 반응을 봤다. 지금 매장에서 쓰는 것은 비파괴금분석기다. X선을 쏘아 되돌아오는 형광을 읽는 XRF 방식이라 물건을 자르거나 녹이지 않고 잰다. 반지 하나를 그대로 올려놓고 몇십 초면 결과가 뜬다. 화면에 뜨는 것은 한 줄이 아니다. Au 몇 %, Ag 몇 %, Cu 몇 %, Zn 몇 %처럼 원소별 함량이 같이 나온다. 금 함량 확인이라고 하면 Au 수치 하나만 보는 줄 아는 분이 많은데, 나머지 원소가 무엇으로 채워졌는지가 그 물건의 정체를 말해 준다. 같은 14K라도 구리가 많으면 붉고 은이 많으면 창백하다. 주의할 점 하나. XRF는 표면에서 대략 수십 마이크로미터 깊이를 읽는다. 도금이 두껍게 올라간 물건은 표면만 금으로 나오고 속은 다른 금속일 수 있다. 그래서 도금 의심이 있으면 분석기 수치 하나로 끝내지 않고 무게와 부피, 비중을 같이 본다. 금은 비중이 19.3으로 무거워서 손에 얹었을 때 느낌부터 다르다.

핀셋으로 금반지를 분석기 시료실에 넣는 모습
핀셋으로 금반지를 분석기 시료실에 넣는 모습

K값이란 무엇인가 — 24K, 18K, 14K의 실제 함량

K는 캐럿(karat)이다. 전체를 24로 놓고 그중 금이 몇 몫인가를 나타낸다. 24K는 24/24, 18K는 18/24, 14K는 14/24다. 이것을 백분율로 바꾸면 다음과 같다. - 24K = 24÷24 = 100% - 22K = 22÷24 = 약 91.6% - 18K = 18÷24 = 75.0% - 14K = 14÷24 = 약 58.3% - 10K = 10÷24 = 약 41.6% - 9K = 9÷24 = 37.5% 이 계산은 외울 필요가 없다. K값을 24로 나누면 그만이다. 18K가 75%라는 것은 나머지 25%가 금이 아니라는 뜻이다. 14K는 절반을 겨우 넘긴 58.3%다. 14K 목걸이를 팔러 오신 분이 "금 10돈인데 왜 이 값이냐"고 하실 때, 그 10돈 안에 든 순금은 약 5.83돈이라는 이야기부터 해야 대화가 된다. 한국에서 흔한 것은 24K, 18K, 14K다. 유럽 물건에는 9K가 자주 보이고, 중동이나 인도 쪽에서 들어온 물건은 22K가 많다. K값이 지역마다 다른 이유는 관습과 법정 최저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순도 표기 999, 750, 585는 무슨 뜻인가

반지 안쪽이나 목걸이 걸쇠에 찍힌 세 자리 숫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천분율 표기다. 전체를 1000으로 놓고 금이 몇인가를 적는다. K값 표기와 같은 말을 다른 단위로 쓴 것이다. - 999 = 99.9% = 24K - 995 = 99.5% - 916 = 91.6% = 22K - 750 = 75.0% = 18K - 585 = 58.5% ≒ 14K - 375 = 37.5% = 9K 585를 보고 갸웃하시는 분이 있다. 14÷24는 58.33%인데 왜 585냐는 것이다. 실제 제조에서는 기준값보다 살짝 위로 맞춰 만든다. 미달로 찍히면 표기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14K 제품의 표기는 583이 아니라 585로 굳었다. 18K도 마찬가지로 750을 살짝 넘겨 만드는 경우가 많다. 999 순금 위로 9999를 쓴 것도 있다. 99.99%, 즉 포나인이다. 골드바나 지금(地金)에서 본다. 999와 9999는 실사용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거래 단위가 큰 지금 시장에서는 이 한 자리를 구분해 값을 매긴다. 참고로 999 순금은 너무 물러서 반지나 목걸이로 만들면 쉽게 눌리고 늘어난다. 장신구에 18K, 14K가 많은 것은 값 때문만이 아니라 단단하기 때문이다.

매장 카운터에서 분석기 화면을 손님에게 설명하는 모습
매장 카운터에서 분석기 화면을 손님에게 설명하는 모습

금 순도 측정값 뒤에 붙는 오차 — ±는 왜 생기나

비파괴금분석기 결과지에 Au 74.82% 같은 소수점 수치가 뜬다. 이 숫자를 절대값으로 믿으면 곤란하다. XRF에는 측정 오차가 있고, 기기·측정 시간·시료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반지를 다섯 번 재도 소수점 아래가 조금씩 흔들린다. 오차를 줄이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측정 시간을 길게 잡고, 평평한 면을 창에 밀착시키고, 표면 때와 기름을 닦고, 위치를 바꿔 여러 번 재서 본다. 두께가 얇은 체인이나 곡면이 심한 물건은 수치가 잘 튄다. 이런 것은 한 번 재고 끝내지 않는다. 교정도 있다. 표준 시료로 주기적으로 잡아 주지 않으면 기기가 조금씩 밀린다. 매장에서 쓰는 기기라면 이 관리가 곧 신뢰다. 정확히 몇 개월마다 해야 하는지는 기기 제조사와 모델마다 다르니 그 기기의 매뉴얼을 따른다.

조명이 켜진 소아벨라 주얼리 진열장
조명이 켜진 소아벨라 주얼리 진열장

합금 원소가 색과 성질을 바꾼다 — 구리, 은, 팔라듐, 니켈

18K가 75%라면 나머지 25%는 무엇인가. 이 25%를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색이다. - 구리(Cu)를 많이 넣으면 붉어진다. 로즈골드가 이것이다. 18K 로즈골드는 Au 75 / Cu 20 안팎 / Ag 5 안팎으로 잡는 배합이 흔하다. - 은(Ag)을 늘리면 노란기가 옅어지고 창백해진다. 그린골드 계열이 은 비율이 높다. - 팔라듐(Pd)이나 니켈(Ni)을 넣으면 하얗게 된다. 화이트골드다. 여기에 로듐 도금을 얹어 더 희게 만든다. 이래서 분석기 화면의 원소별 수치가 중요하다. Au 75%로 같아도 Cu가 20%인 것과 Ag가 20%인 것은 눈으로 보면 다른 물건이다. 색이 이상한데 Au 수치는 맞는 경우, 합금 배합이 특이한 것인지 도금이 벗겨진 것인지를 나머지 원소로 판별한다. 니켈은 하나 더 알아 둘 것이 있다. 피부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어서 유럽은 니켈 방출량을 규제한다. 화이트골드를 찾는 손님이 니켈에 반응한 적이 있다면 팔라듐 계열을 권한다.

도금과 금장 구별하기 — GP, GF, 표기가 없는 물건

순도 표기가 아예 없거나 알파벳이 붙은 물건이 들어온다. - GP(Gold Plated): 도금이다. 얇은 금 층을 전기로 올린 것이라 금 함량이 거의 없다. - GF(Gold Filled): 금을 압착해 붙인 것으로 도금보다 두껍다. 1/20 14K GF처럼 전체 무게의 20분의 1이 14K라는 식으로 적혀 있다. - 알파벳 없이 585, 750만 있는 것은 통짜 금(솔리드)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말한 표면 문제가 여기서 걸린다. GP 물건을 분석기에 올리면 표면 금 층을 읽어 높은 Au 수치가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표기가 없거나 의심스러운 물건은 눈에 안 띄는 자리를 살짝 갈아 속을 노출시켜 다시 재기도 한다. 손님 물건에 흠을 내는 일이라 반드시 먼저 양해를 구한다. 무게로도 짐작한다. 부피에 비해 가볍고, 자석에 반응하고, 걸쇠 부분만 색이 다르면 도금을 의심한다. 금은 자성체가 아니라 자석에 붙지 않는다. 다만 걸쇠 안 스프링에 강철이 들어간 경우가 있어서 자석 반응 하나로 단정하지는 않는다.

벽면 진열대에 반지와 귀걸이가 정리된 모습
벽면 진열대에 반지와 귀걸이가 정리된 모습

돈, 그램, 온스 — 중량 단위와 순금 환산

순도를 알았으면 다음은 중량이다. 한국 매장은 돈을 쓴다. 1돈은 3.75g이다. 1냥은 10돈, 즉 37.5g이다. 국제 시장은 트로이온스를 쓰는데 1트로이온스는 31.1035g이다. 주방 저울에 쓰는 상용온스(28.35g)와 다르니 섞으면 안 된다. 순금 환산은 중량 × 순도다. 18K 반지가 5돈이면 5 × 0.75 = 3.75돈, 즉 1돈어치 순금 3.75개분이 아니라 순금 3.75돈에 해당하는 금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14K 10돈은 10 × 0.583 = 약 5.83돈이다. 여기서 주의. 이 환산은 물건에 든 금의 양이지 거래 금액이 아니다. 실제 매입가는 여기에 그날 시세와 매장별 수수료, 세공비 손실, 알 무게 제외 같은 것이 붙어 정해진다. 매장마다 다르므로 이 글에서는 수치를 적지 않는다. 다만 순도와 중량 두 값은 어디서 재도 같아야 하는 객관적 수치다. 이 둘을 알고 가면 대화의 출발점이 분명해진다. 돌이 박힌 제품은 알을 뺀 금속 무게로 계산한다. 다이아나 색석은 금이 아니므로 순금 환산에서 빠진다. 알을 빼지 않고 잰 무게로 이야기하면 서로 다른 숫자를 놓고 말하게 된다.

집에서 금 함량 확인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정황 확인까지다. 각인부터 본다. 반지는 안쪽 면, 목걸이·팔찌는 걸쇠 근처, 귀걸이는 침이나 뒷장식에 찍혀 있다. 585, 750, 999, 14K, 18K 같은 표기가 보이면 일단 기록해 둔다. 다만 각인은 찍는 것이라 위조가 가능하다. 각인이 있다고 순도가 확정되지는 않는다. 비중을 재는 방법도 있다. 물에 넣어 밀려난 물의 부피로 비중을 구하는 방식인데, 금의 비중 19.3과 비교한다. 저울과 물컵으로 대강은 나온다. 그런데 합금이 섞이면 비중이 내려가고, 속이 빈 체인이나 알이 박힌 제품은 아예 계산이 성립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참고다. 산 시약(테스트 키트)은 물건에 흠집이 남는다. 시금석에 그어 금가루를 묻히고 산을 떨어뜨려 녹는지 보는 방식이다. 값싸고 빠르지만 결과가 대략적이고, 아끼는 물건에 쓸 방법은 아니다. 정확한 숫자가 필요하면 결국 비파괴금분석기가 있는 곳에서 재야 한다. 흠 없이, 원소별로, 수치로 나온다. 그 수치를 K값과 천분율로 옮겨 놓고 보면 손에 든 물건이 무엇인지가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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